![](https://cdn.imweb.me/thumbnail/20240204/899a81273d604.jpg)
김종운
Artist Note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 그리고 잡지에서 본 듯한 아기자기한 집이 있다. 예쁜 꽃이 있는 창과, 맑은 하늘에 걸린 빨래와 같은 외국 어느 나라의 골목 풍경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풍경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의심스럽고, 조화롭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하늘의 시점과 집의 시점은 전혀 맞지 않을 뿐더러 집 내부가 보여야 할 창 속에는 하늘이 있다. 작품을 보고 처음 상상했던 집의 내부 공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판자로 된 연극 혹은 영화 세트장의 건물 모형 같은 가짜 집이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치 사실 같은 집과, 집을 구성하는 소품들은 여행 잡지나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고즈넉한 외국 어딘가의 풍경을 재현해 놓은 것 같지만 진실 같이 보이는 가짜는 어딘가 묘한 어그러짐을 조화로운 듯 어설픈 위화감을 준다.
겉모습만 보고 “예쁜 작품이다”라고 생각한 나는 눈뜬 장님이 아닌가. 김종운 작가의 작품명에 공통되게 들어가는 ‘발굴’은, 발굴을 위한 태도에 대한 일종의 제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가려진 진실 속에 산다.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의해 누군가가 해석하고 장식한 진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비틀어진 진식 속에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진실에 더 가까이 가 닿기 위해 진실을 ‘발굴’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은 관찰자인 ‘우리’의 몫이 아닐까.
감상을 통해 진행되는 예술은 그 향방을 파악하기 어렵다. 관객들은 그들의 삶을 살 것이고 그것에 개입됐던 작품은 순차적인 진행방향을 잃게 된다. 이미 전시장 벽면에 걸리거나 설치된 작품은 이러한 차원에서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그것은 관람객의 기억에 그리고 그들이 살아갈 시간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상 속에 비춰진 한 장면을 회상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기억을 반추하고 조그마한 행복을 찾길 바라는 연구자의 의도가 전달되길 바란다.
한 작가가 평생을 일군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작품은 강물처럼 흐름을 가졌다. 물론 좋은 작품의 시기와 미흡한 작품의 시대가 병행되었음도 사실이다. 작가의 생활이 안정되고 금전적인 평온이 찾아왔다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작가 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가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며 내 삶도 그렇게 살아 가 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