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Artist Note

소설을 쓸 때 경험을 고백하자면, 나는 한 번도 미리 구상을 한 적이 없다. 

나를 사로잡는 첫 문장이 떠오르면 거기에 이어 두 번째 문장을 쓰고, 두 번째 문장에 이어 세 번째 문장을 쓰고...... 이렇게 자꾸 써 나가다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 자신도 모른다. 

한 달 가까이 집중해서 써나가다 보면 마침내 이야기의 끝이 보이면서 한 권의 장편소설이 완성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나는 어떤 구상도 미리 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한 번도 스케치를 한 적이 없고, 스케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어떤 필링이 오면 나는 무조건 붓을 들어 화폭 위에 붓질부터 한다. 

나의 붓질이 소용돌이치는 하늘을 그리면 거기에 맞춰 양귀비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과 언덕을 그리고, 필요한 다른 오브제들, 이를테면 언덕 위에 우뚝 선 벽시계와 그 밑에 잠들어 있는 소녀 따위를 그려 넣는다. 

이렇게 두어 시간 정신없이 붓질을 하다보면 화폭 위에는 제법 그럴싸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나는 생각하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필링을 쫓아 그린다고 할 수 있다.

 





Profile


프랑스 프와티예대학 불문학석사, 리모주대학 박사


소설 <경마장 가는 길>외 12권의 장편소설


영문시집 <Blue Meditation of the Clocks>


불어시집 <Les Hirondelles dans mon tiroir>


철학서 <나를 찾아서>, 문학이론서 <소설의 거리에 관한 하나의 이론> 등의 저서가 있음

 

2018년 11월 1일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개인전


2019. <시계들의 푸른 명상>, 논밭갤러리 (파주 헤이리)

2021. <순례자들의 여정>, 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2021. <순례행렬>, The Art Gallery (프랑스 Vichy)

2022. <늙은 떡갈나무한테 시집간 처녀 이야기>, 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2022. <내 꿈 속의 시계>,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서울)

2022. <하일지 초대전>, 영원문화예술회관 (영월)

 

단체전


2021. <말하고 싶다>, 나무갤러리 (서울)

2021. <사람사는 세상> 마루아트갤러리 (서울)

2021. <7인전>, Tet de l’Art (프랑스 Forbach)

2022. <설렘...그리고 기분 좋은 날> (3인전), 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2022. <리모주 여름>, Elémentaire la Galerie (프랑스 Limoges)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