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습작의 시간
나의 작업은 기다림의 시간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이다.
자르고 펼치고 붙이고 말리고 칠하고 말리는 과정은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작업과 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게 있어 단순함은 간결한 압축의 행위이며, 이는 채색, 그 중 원색에 있다. 원색이 가지고 있는 분명함은 시각적 심리적 안정감까지, 모든 색감에 있어 기본이 된다. 원색과 원색의 혼합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색상들은 복잡한 수학적 비율로 수많은 색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우리는 그 비율을 본능적으로 이용해 당연하게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내곤 한다. 본능과 경험에 의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 또한 그러한 것이다. 한지와 수간채색은 동양화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나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가능하게 만들어준 재료이다.
한지는 어머니와 같다. 형상을 만들어주는 모태가 되어주며 유연하고 거친 동시에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면, 분채(수간채색)는 거칠고 예민하며 불편함까지도 가지고 있는 마치 사춘기의 아이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비슷하면서도 명확히 다른 두 재료의 특성과 특색을 잘 이해한다면 그 매력적 발색의 결과물은 명확한 형태와 색상으로 드러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려면 지속적인 관찰과 실험정신을 통한 경험만이 앞으로의 작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작업과정은 그 모티브와 어울리는 본연의 채색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자 시각적 변화에 있어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화면의 변화에 있어 평면성과 입체적 느낌과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부조 회화의 변화를 찾아가고 있다. 이전의 작업은 약간의 마띠에르를 이용한 변화를 주었다면, 그 변화를 견고하고 유연한 재료인 한지를 사용하여 조금 더 자유로운 형태와 형식을 추구했다. 한지 특유의 내구성으로 인한 계획된 효과와 우연적 효과가 동시에 노출했으며, 현재의 작업과정은 감각과 느낌, 불규칙적 변화에 대한 반응을 작업에 적용 중이다. 이 과정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작업세계로 진일보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