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규
Artist Note
선(線)과 구체적이지 않은 이미지들은
어릴 적 어느 집이나 있던 낡은 도배지의 벽과
천정, 모서리들을 잠결에서나 무심히 바라볼 때
스치고 떠올랐던 문양이나 선들의 모임과 다르지 않다.
갖가지 형상으로 다가와 상상의 이미지로,
흥미와 때로는 두려움을 동반하기까지 했다.
이제 길을 가다 만나게 되는 수많은 벽에서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시 상상의 이미지와 선, 시간의 누적이 만들어낸 흔적에 관심이 있다.
"그리다"에 행위의 이유와 가치를 재설정해 반복하고 있다.
정형화되어 가는 것을 거부하지만 어려움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여짐과 드러남, 현실과 비현실에 내재된 감추어진 것들에 관심이 있다.
그림 안의 선이나 풍경들은 실재했었는지,
실존하고 있을지 모를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늘 허상의 기억으로 남는다.